2023. 7. 9. 15:00ㆍ문화에서 마음 잡기/영화에서 잡기!
!! 본 글에는 인디아나 존스 의 모든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내가 사랑했던 인디아나 존스에게
2008년의 어느 날, 어머니께서는 갑자기 영화를 보러 가자며 집 앞 영화관으로 데려가셨다.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의자에 앉아 본 첫 장면에는 황량한 서부의 모습 속 비버와 운전하는 사람들, 총을 든 사람들에게 끌려 나오는 두 사람, 그리고 그림자 너머로 모자를 쓴 후 앵글에 들어오는 인디아나 존스가 있었다.
<인디아나존스 4 :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의 이 첫 장면은 나를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해 주었다. 그 후로 이어지는 날아다니며 소련 군인에게서 도망가는 인디의 모습, 붙잡혔다가도 뛰어난 판단으로 도망가 몰입하게 만드는 호흡, 오토바이 추격전, 고고학자라는 설정, 암호 해독과 고대유적 등은 나를 인디아나 존스 세계관에 푹 빠지게 만들어주었다.
그날 영화를 다 보고 집에 와서 인디아나 존스의 역사를 다 살펴봤다. 1편 레이더스, 2편 마궁의 사원, 3편 최후의 성전을 다 찾아보고 출시된 게임도 가능한 대로 플레이해봤다. 당시에 가장 재밌게 한 건 <레고 인디아나 존스 : 디 오리지널 어드벤처>였다. 그것을 넘어서서 동그란 챙이 있는 모자가 있으면 그 모자를 사기도 했고 문구점에 파는 줄을 꼬아 만든 줄넘기를 잘라 채찍을 만들기도 했으며 초등학교 6학년이 고고학자가 되겠다고 결심을 했다.
물론 실제로 되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살면서 가장 처음으로 '제일 좋아하는' 이라는 감정이 든 사건이었다.
그랬던 내가 인디아나 존스 5의 제작 소식을 듣고 얼마 기뻤을까! 그 소식을 처음들은 때부터 현재 개봉할 때까지 매 년 '올해는 개봉할까'하는 마음으로 소식을 찾아보곤 했다. 그리고 2023년 드디어 개봉한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행복한 마음이었다. 그 후 공개된 예고편과 포스터에 미친 듯이 뛰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잊을 수 없는 인디아나 존스의 ost가 내 온몸을 울렸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온 지금 마치 울기 직전같은 마음이 됐다.
날 울리는 인디아나 존스에게
첫 장면부터 가슴이 웅장해졌다. 시리즈 모두 오프닝 시퀀스 때 인디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다가 '짜잔' 하는 방식으로 등장시키는 일종의 리빌샷을 사용하는데, 이번 편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두건이 벗겨면서 볼 수 있는 인디의 모습은 3편의 그 모습과 거의 동일했다! 이번 작품에서 디에이징 기법을 사용했다고 들었는데, 정말 예전 스크린에서 보던 그 모습이었다. 물론 피부톤이 너무 부드러워져 약간 고무 같은 느낌이 나는 질감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이 될 이번 에피소드에서 옛날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꽤나 감탄할만한 요소였다. 거기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쓰이는 빌헬름의 비명, 정신없이 이어지는 액션들은 정말 오랜만에 인디아나 존스의 세계로 나를 집어넣었다.
이런 좋은 점들로만 가득찼다면 아마 울기 직전 같은 마음이 아닌 가슴 벅찬 마음만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좋은 점들 틈틈이 껴져 있는 아쉬운 점들은 가슴이 벅차다가도 다시 안타깝게 만들었기에 결국 나는 울고 싶은 마음이 됐다.
우선 인디가 정말 고령의 노인이 돼버렸다. 이 점이 설정상 부각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해리슨 포드가 80이 넘었기 때문인 건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극 속 그의 걸음걸이나 뜀박질, 거의 없는 액션신들은 시간이 흘렀음을 체감시켜 주었다. 영화 전반적으로 액션의 비율이 적어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액션과 카체이싱 등이 끊임없이 나왔지만 중요한 건 '주인공'인 '인디아나 존스'의 액션이 많이 줄어든 것이었다. 액션신에서 그가 하는 동작은 거진 때리기나 피하기, 운전하기 정도에 그쳤다. 그 전작들에서 했던 점프, 구르기, 뛰어다니기, 무엇보다 트레이드마크 채찍을 사용해 탈출하거나 무기를 빼앗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극 내내 '나이가 너무 든 포드 옹을 배려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비어있는 액션은 헬레나 쇼를 이용해 채우거나 탈 것이나 뛰어 도망가는 선택지밖에 채용할 수 없었던 듯하다.
이런 인디의 비중 문제는 극 진행에서도 보이는데, 전작들에서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인디가 직접, 적극적으로, 그의 고고학적 지식과 뛰어난 피지컬을 이용해 풀어나가며 진행됐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인디는 휘말리는 사건들에서 그닥 주도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마치 극장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관객과 같다. 어쩌면 인디는 4D영화를 관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물론 암호 해독이나 다이너마이트 폭발, 모로코 카체이싱 등 활약한 부분이 있지만 그 마저도 다급한 상황이 한 번 해소되고 나서 조금 숨을 돌릴 때 보여준다거나 다른 사람을 서포트하는데 그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극을 끌고가는 인물이 흐릿해졌다. 인디를 중심에 둔 것처럼 시작했지만 헬레나 쇼와 위르겐 폴러가 이끌고 가듯 바뀌었다. 애초에 이미 그 둘 사이에 사건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인디를 뿅 하고 끼워버린 모습이 된 것이다. 근데 영화는 내내 인디를 중심으로 보여주니 누가 이 극을 이끌고 가는지 애매해진 상태로 끝까지 흘러갔다.
뿐만 아니라 어드벤처와 신비로움의 요소도 줄어든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래도 두 요소 모두 후반부에 몰아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작들에서는 영화 전반적으로 두 요소가 분포돼 있다. 가령 레이더스에서는 첫 장부터 인디가 뛰어다니고 각종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그 공간을 헤쳐나간다. 후에도 피라미드를 돌아다닌다거나 공간자체가 위험한 곳에서 원하는 것을 얻고 잡히더라도 곧 지략을 발휘해 도망간다. 즉, 공간적 압박감이 지속적으로 주어지고 고조되며 그 압박감을 주로 인디의 능력으로 해소시킨다. 신비로움의 요소도 마지막 부분뿐 아니라 빛을 이용해 단서를 찾는 등 중간중간 '주 소재가 신비롭다.'라는 요소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번 5편에서는 인디에게 주어지는 공간적인 압박감이 적었고 당연스럽게 해소 또한 약했다. 그 압박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오프닝 시퀀스뿐이었다. 그 후 나오는 공간은 뉴욕 시내, 모로코 시내, 바다 위, 디오니소스의 귀 등이었는데 나치가 드글거리는 곳이 아닌 사건과 관련 없는, 무해한 사람들이 한가득한 공간만 나오니 공간의 압박감을 가지지는 못했다. 유물 또한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 요소가 주는 신비로움이 중후반부까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극 초반부에 '고물'이라고 표현하는 나치들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전작들의 매력이었던 인디아나 존스의 어드벤처와 신비로움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인디아나 존스라는 세계관
인디아나 존스는 시리즈물인만큼 그 팬들이 느낄 수 있을 법한 요소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우선 뱀과 전갈에 대한 얘기다. 이 부분은 약간 예의상 넣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일단 뱀이 나오는 장면은 없고 대신 장어가 나오는데, 이 장어를 만나러 가기 직전 테디가 얘기를 듣고 뱀을 언급한다. 마치 관객들에게 "잊지 않았지?" 하면서 짚어주는 느낌이다. 어떤 면에서는 반가움이 드는 부분이지만 한 편으로는 영화의 몰입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부분이었다.
지네(아마도)가 나오는 것도 후반부까지 나오지 않다가 갑자기 등장하고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는 또 등장하지 않는데, 이때 "빠지면 섭하니까 일단 넣어야겠는데, 각본을 쓰고 보니 나올 법한 곳이 이곳밖에 없어 여기에다 넣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추가한 느낌이 든다. 한 편으로는 1편에선 조수의 몸에 붙은 거미를 툭툭 털어주고 4편에서 전갈에 쏘인 아들(그땐 몰랐지만)에게 큰 전갈이면 괜찮다는 식의 말을 한 것에 비해서 지네터널을 허겁지겁 빠져나가려는 인디의 모습은 시간이 흐르며 인디도 변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다음은 인디가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인데, 모르코에서 본인이 제일 잘 안다고 하거나 칼리의 피, 흑마법 등을 직접 언급한다. 전작들을 많이 봤던 사람들이라면 대사를 칠 때마다 전 얘기들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그 덕분에 젊은 인디의 모습과 겹쳐 보였지만 또 그 덕분에 지금의 힘없는 인디가 안타까워 보기도 했다. 지나간 빛나는 젊음으로 본인을 어필하며 그때의 모습을 또 보여주려고 하지만 몸은 그때와 다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디의 가족들과 살라에 대한 얘기도 자연스럽게 전작과 이어지는 요소다. 우선 살라는 1편과 3편에 등장했던 인디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다. 이번에 그 역할은 미미해졌지만 강력한 한 방을 보여주었다. 범죄자가 된 인디를 알아본 행인을 한 방에 무찌르거나 비행기를 타러 가는 인디를 공항에 데려다 주며 그의 트레이드 마크를 챙기거나. 그때 살라도 여권을 챙겨 왔지만 아쉽게도 홀로 떠나는 인디를 응원하는데 그친다.
가족들의 얘기는 두 번 언급된다. 인디를 경찰이 찾고 있다는 뉴스에서 한 번, 인디 본인이 직접 얘기하는 것 한 번. 영화에 매리언이 나온다는 얘기에 꽤나 큰 기대를 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디서 매리언이 등장할까 고대했다. 4편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서 매리언이 소련 숙영지에 끌려 들어와 가족관계를 정리하고 아들과 함께 셋이 힘을 합쳐 정글 속에서 도망가는 모습이 아직 기억 속에 강렬히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그 연장선으로 1편 레이더스에서의 둘의 첫 만남 또한 기억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매리언은 영화가 끝나가는 데에도 등장하지 않았고 현실에서 각종 논란이 있던 인디아나 존스의 아들 샤이아 라보프는 입대했다가 죽은 것으로 처리됐다. 자연스럽게 인디는 아들도 잃고 이혼까지 한 불우한 노년기를 보내고 있다는 설정이 만들어졌다.
'언급은 되는데 왜 안나오지'하며 불안에 떠는 와중, 마지막에 집에서 정신이 든 인디가 드디어 매리언과 만났다! 1편의 아름다움, 4편의 멋있음을 넘어서 함께 늙은 두 사람이 마주한 채 1편의 장면을 반복하는 데에선 여전히 그들의 사랑이 젊음 속에 살고 있구나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과거의 인물들이 카메오 느낌으로만 나오는 게 아쉽기는 했다. 시간 여행이라는 요소와 섞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지만, 노인 학대는 해리슨 포드만으로 충분했다. 아마 그 인물들이 프레임 안에서 다 뛰어다녔더라면... 그만하라면서 울어버렸을지도...
개인적으로는 결말에서도 오마주라고 느낀 점이 있다. 사실 오마주라기 보단 '인디아나 존스'라는 사람이 그대로구나 하고 느낀 부분이다. 인디는 강의 때부터 존경심을 표하던 아르키메데스를 직접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고대 로마에 남겠다고 말하며 헬레나에게는 돌아가라고 얘기한다. 본인이 무엇을 위해서 돌아가야 하냐고 말하면서 말이다. 이때 노인에게 인디가 보여줬던 눈빛은 3편에서 성배를 보던 그 눈빛과 꼭 닮아 있었다. 물론 표현적으로 성배는 그 자체로 매력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있고 고대 로마는 인디 개인의 욕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인이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만나고 싶어 했던, 추구했던 것을 눈앞에 두고 그것을 잡으려고 하는 눈빛 자체는 시간과 상대에 상관없이 다름이 없었다. 심지어 본인이나 본인의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겪더라도 그것을 감수하겠다는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로서의 욕심이 여실히 드러나는 지점이었다. 3편에서는 그 위험을 아버지의 사랑으로 빠져나온다. 인디아나라는 이름을 비웃으며 주니어라고 부르던 아버지가 나지막이 '인디아나'라고 부를 때 인디는 성배에서 눈을 떼고 아버지를 쳐다본다. 이번 5편에서는 좀 더 과격하다. 헬레나의 주먹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젊은이의 주먹 한 방에 기절해 버린 인디를 데리고 본인들의 시간으로 돌아와 만나지 못할 것 같았던, 일상에서 지우려고 했던 매리언의 눈을 지그시 마주하게 된다.
여전히 사랑하는 인디아나 존스에게
정말 글 전체적으로 혹평을 했다. 아무래도 지난 영광 속에 보여줬던 인디의 모습을 이번 영화에서는 못봤기 때문이다. 너무나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어쩌면 제작진들은 그 모습을 보여주며 피날레를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편에서는 뚜렷하게 보이는 대비가 있었다. 젊은 세대와 인디. 젊은 세대는 활기찼다. 아침부터 시끄럽게 모여 놀았다. 예전 것인 고고학보다는 새로운 개척인 우주탐사를 더 좋아했다. 유물의 고고학적 가치보다는 돈으로 환산되는 가치를 더 중요시했다. 심지어 주인공인 헬레나는 인디를 은근히 무시하는 티가 대놓고 났다. 하지만 인디는 이런 젊은 면면들에 대해서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끄럽게 노는 이웃집에 가서 얘기를 했지만 가볍게 무시당했다. 모두가 졸고 있는, 아무도 미리 준비해 오지 않는 강의를 진행하면서 "이 부분은 시험에 나오는데...." 하며 힘 없이 떠먹여 주는 교수가 됐다. 본인이 기억나지 않냐며 다가오는 헬레나에게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용서하시오." 라며 갈등을 회피했다. 과거 본인이 빚어 만들었던 그 빛나는 영광에 비하면 노년의 인디는 자신이 받은 퇴직 트로피만큼이나 초라했다. 하지만 모험을 떠나고 나서 본인의 모습을 조금 찾기 시작했다. 젊었을 때처럼 말을 타고 행진을 거스르며 젊은 악당의 오토바이와 차를 따돌렸다.(하지만 전철이 더 빠르다.) 어쩔 수 없는 노화는 이겨내지 못하지만 유물을 돈으로만 생각하는 헬레나 일행에게 "박물관에 기증할 거야."(이 대사도 사실 인디가 자주 하던 말이다.)라고 말한다. 본인의 고고학 지식을 뽐내며 자신의 필요성을 직접 말하고 보여주며 증명했다. 비록 4편에서 오토바이 뒤에 타 있는 인디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에게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주면서 "고고학자가 되고 싶다면 도서관 밖으로 나가!"라고 말하던 그 에너지만큼은 아니었지만 인디는 여전히 모험을, 고고학을 사랑하는 우리가 알던 인디였다.
물론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인디의 몸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시리즈의 진정한 피날레가 됐다.
자신 행복의 일부를 되찾았고 잃어버린 듯 했던, 본인의 살가죽만큼이나 쳐져버린 일상의 활기를 회복했다. 이제 빛나던 자신의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추억하며 보낼 수 있게 됐다. 비록 영광뒤에 남아 버린 건 기력 없는 몸이지만 그 안에 마음만큼은 레이더스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엄청난 에너지와 열정의 시리즈들 너머 여전히 그 때의 영광을 간직하고 기억하는 인디아나 존스.
그리고 그 모습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인디아나 존스가 막을 내렸다.
인디아나 존스 아저씨에게.
안녕하세요. 언젠가 아저씨처럼 되고 싶었던 한국팬이에요.
아저씨를 처음 본 2008년 저는 아저씨의 멋있는 모자와 채찍,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습,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한 똑똑한 모습에 완전 넘어가 버렸어요. 그 후로 아저씨의 모습을 막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아저씨는 직접 경험했으니 다 기억하고 있겠죠?
돌에 쫓길 때는 어땠는지, 탈이 나서 칼을 휘두르는 악당을 총으로 제압했을 땐 어땠는지, 말술 매리언을 마주했을 땐 어땠는지, 성배의 위치를 알게 됐을 땐 무슨 기분이었을지, 나치에게 묶여있었을 땐 어땠는지, 칼리의 피는 무슨 맛이었고 부두술을 당했을 땐 어떤 느낌이었을지, 처음 그 모자를 씌어줬을 땐 어떤 기분이었는지, 여전히 뱀은 싫은지, 달리는 기차 창 너머에 비친 스필버그 감독을 봤을 땐 무슨 기분이었는지, 아버지를 찾아 떠나 간 도서관에서 도장 타이밍에 맞춰 바닥을 부술 땐 쫄리진 않았는지, 보트가 큰 배 모터에 거의 부서지기 직전에 무섭진 않았는지, 아버지를 발견했을 땐 어땠는지, 슈나이더 박사와 잠자리를 하게 된 걸 알았을 땐 어땠는지, 우산으로 새를 날려 보내는 아버지를 봤을 땐 어땠는지, 대체 얼마나 공부했길래 세 가지의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는지, 기사를 처음 만났을 땐 고고학자로서 어땠는지, 성배를 먹었음에도 왜 아버지는 영생을 누리지 못했는지, 소련 놈들에게 어떻게 붙잡힌 건지, 아들놈 첫인상을 어땠는지, 고고학 하려면 진짜 도서관 밖으로 나가야 하는지, 페루에 갔을 때 무섭진 않았는지, 매리언을 다시 봤을 땐 어땠는지, 폭포에서 세 번이나 떨어졌는데 어떻게 살았는지, 크리스털 해골 외계 생명체들에게 어떤 소원을 빌고 싶었는지, 다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지는 않은지.
아저씨가 경험했던 얘기로 우리는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을거에요. 그런데 이제 인디아나 존스를 볼 수 없다니 너무 아쉬우면서도 또 그럴만하다고 생각해요. 13살이었던 제가 이제 28살이 됐는데 아저씨는 여전히 그때 그 모습일리 없으니까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보여줬던 아저씨의 멋진 모습에 괜히 또 울어버릴 뻔했어요. 아저씨 이야기를 보면서 매 번 신나고 두근거리기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신나기도 했지만 슬프기도 했어요.
아저씨 덕분에 저는 좋아한다는 감정을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아저씨처럼 되고 싶은 마음에 모자도 따라 쓰고 채찍도 연습해보고 그랬는데, 역시 쉽게 되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아저씨만큼은 절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 같아요. 너무나도 재밌는 이야기로 꿈을 심어줘서 너무나 고마워요.
이제는 그 열정을 품고 유적이 아닌 아저씨의 친구들을 찾고 그들과의 추억을 발굴하면서 보내기를 바라요. 저는 아마 평생 동안 아저씨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거에요.
잘 가요! 인디아나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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