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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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 일주일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 - 09.인천
2023년 3월 25일 비행기 14시간... 연착...? 마드리드 숙소에서 눈을 떴을 때는 9시였다. 창 밖이 반쯤 비치는 커튼 너머로 강렬한 햇빛이 들어오고 싶어 했다. 나는 침대에서 더 뒤척이다 몸을 일으켰다. 마냥 가벼운 몸은 아니었지만 어제만치 힘든 것은 아니었다.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겨 거리로 나왔다. 이제 덥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하늘에는 구름도 거의 없었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지난 주에 파이브 가이즈를 먹었던 마요르 광장으로 향했다. 저번 주에 비해서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광장을 꽉 채우고 있었고 지난주보다 더 많은 화가와 사진가가 광장에 있었다. 나는 광장을 지나쳐 크레덴시알을 받았던 성당으로 갔다. 성당은 변함없이 열려 있었고 내부는 여전히 조..
2023.07.05 -
부엔 까미노! : 일주일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 - 08. 마드리드
2023년 03월 23일 스페인 시간 01시 오늘은 드디어 마드리드로 돌아가는 날이다. 하루 일찍 일정을 앞당긴 덕에 여유로이 산티아고의 공기를 즐길 수 있었다. 본래 계획대로 이동했더라면 오늘 새벽같이 출발해서 산티아고에 도착, 인증서 받고 기념품 사고 순례자 미사 드리고 저녁 기차를 탔어야만 했을 것이다. 덕분에 알람도 맞추지 않고 잤다. 그렇다고 며칠간의 습관이 쉬이 가시는 건 아니었다. 7시쯤 눈이 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찍 일어난 것과 몸을 일으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짧은 순례기간의 긴장이 풀린 탓인지, 숙소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던 탓인지. 내 몸의 컨디션도 그리 좋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몸이 너무 무겁고 머리가 아파 약을 한 알 집어 먹고 이불에서 몇 시간 더 몸을 뒤집었다. 시간이..
2023.06.28 -
부엔 까미노! : 일주일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 - 07.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2023년 03월 21일 스패인시간 22시 오늘은 순례의 마지막 날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는 날. 원래 계획은 '아르수아'에서 '오 페드로조'로 가 하루 더 묵고 산티아고로 이동하는 것이었지만 앞서 만났던 이탈리아 순례자와의 대화, 왜 순례길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 근 30km를 걷고도 괜찮았던 컨디션으로 미루어보아 오늘은 한 번에 40km를 주파해도 되겠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오늘은 7시쯤 출발했다. 간밤에 비가 왔는지 바닥이 젖어있었고 날씨는 쌀쌀했다. 옷을 잘 여매고 길을 나섰다. 동이 트기 직전이었다. 마지막 날이 된 4일 차 만에 출발하기 좋은 시간을 깨달았다. 그리고 첫 길을 출발하자마자 표지판을 놓쳤다. 다행히도 앞서 지나갔던 순례자를 발견해 길을 다시 확인하고 원래 길로..
2023.06.21 -
부엔 까미노! : 일주일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 - 06. 아르수아
2023년 03월 20일 스페인 시간 20시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이제 6시면 깬다. 하지만 잠에서 깼다고 몸이 다 깨는 것은 아니다. 어제 먹은 맥주 탓인지 피곤함이 남아 더 잤다. 다시 일어나니 7시였다. 간단히 씻고 준비해서 내려가보니 밖은 환하게 밝아져 있었다. 오늘은 약 30km 를 걷는 날이었고 마침 1층에 빵집을 함께 운영하기도 했기에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짐을 챙겨 내려와 토스트와 오렌지 주스를 주문해 먹었다. 오렌지 주스는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직접 갈아주는데, 전 날 한국인 순례자분께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추천한 메뉴였다. 실제로 시지도 않고 달달한 데다가 알맹이까지 맛있게 씹히는 게 추천할만 했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있으니 순례자분이 1층으로 내려오셨다. 밥을 먹는 내 모..
2023.06.14 -
부엔 까미노! : 일주일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 - 05. 팔라스 데 레이
2023.03.19. 스페인 시간 20:50 한숨도 자지 못했다. 3월 스페인의 밤 날씨는 꽤나 추웠고 숙소 난방은 안 됐으며 난 이불도 침낭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밤 12시쯤에 몸이 추워 일어났다. 그냥 옷 입고 자면 괜찮겠지 하고 잠든 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은 것이다. 그 상태로 몸을 쪼그려봤지만 옷을 뚫고 몸에 들어오는 찬 공기의 기운을 따뜻하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가지고 있던 외투 두 개를 꺼냈다. 외투라고 해봤자 얇은 바람막이었지만 하나는 다리를 덮고 하나는 상체의 앞으로 입었다. 적어도 안 입었을 때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 상태로 몸을 잔뜩 웅크리고 모든 몸을 가능한 바짝 붙이니 따뜻한 기운이 더 올라왔다. 덕분에 두 시간에 한 번씩..
2023.06.07 -
영화 '조심히 가' 그리고 칭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최근 이 말을 더욱 실감하게 되는 나날들이다. 몇 달 전 내가 영상을 시작하게 된 이유,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 내가 즐거운 게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단순히 영상을 만들었을 때 느꼈던 성취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영상 제작 그 자체로 재미가 있어서도 아니었다. 실제로 1학년 때 공모전 영상을 촬영한 지 세 시간 만에 재미없다며 때려치웠던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드는 생각은 '내가 왜 영상을 재밌어했지?' 일 것이다. 당연 적절한 보상이 따라왔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칭찬을 받은 것은 복학하던 해 들었던 강의의 과제 덕분이었다. 그 강의는 한 학기에 두 개의 영상을 제작해야 했다. 처음 제작한 영상은 그럴듯한 아이..
2023.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