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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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균형상실경고>, 2023
항상 사람 일이라는 게 그렇다. 뭔가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무슨 일이 있을 거라고 쉽사리 생각하지 못한다. 심지어 누군가가 친절히 안내까지 해줌에도 불구하고. '몸균형상실경고' 의아스럽고도 조금은 실소가 나오는 말이다. 보통은 '미끄럼주의' 라던지 '추락주의' 같은 말을 쓰지 않나? 내 몸의 균형이 상실... 그러니까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조심하라는 말은 그리 직관적인 말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나도 무게중심을 제대로 못 잡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니 정확한 표현이긴 한 듯 싶다. 심지어 뒤에 붙은 '경고'는 비슷해 보이는 '주의'보다 한 단계 더 강력한 말이다. '몸균형상실주의'나 '몸균형상실경고'는 언뜻 그 의미가 통해 보이지만 경고 쪽이 좀 더 조심을 요하는 것이다. 아무튼 이 생경한 경고..
2023.10.01 -
<역참>, 2023
오늘은 집 근처 도서관에 왔다. 집 근처? 근처라고 할 수는 없지. 집과 회사,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곳이니. 그 회사도 진작에 전 직장이 됐다. 아직 집에는 사실대로 알리지 못했다. 덕분에 매일 깔끔히 옷을 차려입고 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장을 입는 회사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이 더운 여름에도 어느정도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올 수 있었다. 오늘은 하늘색 긴 셔츠에 짙은 파란색 반바지, 주황색 가죽 백팩을 매고 나왔다. 아, 시계도 잊지 않고 차고 나왔다. 내가 잘 볼, 보여줄 사회도 없지만 그럼에도 보여지는 것은 중요하다. 내 하루 일과는 별 다를 것이 없다. 몇 십년을 오가던 출근길을 무의식적으로 가다가 아차 싶을 때 멈춰선다. 그리고 집 방향으로 정처 없이 걸어간다... 정처 없이 걸..
2023.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