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_essay_rain(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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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빠의 한 쪽 귀.
한창 촬영을 하고 있을 때, 누나가 아버지께서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며 연락해 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전날부터 귀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나더니 아침에는 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누나는 회사를 매형에게 맡겨두고 아버지와 함께 병원을 가러 성수에서 인천까지 갔다. 그 와중에 아버지께서는 와달라는 것도 아니고 병원에 가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셨단다. 진료를 함께 본 누나에게 얘기를 들으니 내이염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귀 안 쪽에 염증이 생긴 건데, 과로, 피로, 스트레스 등 발병 원인이 너무나 다양해 콕 집어서 '무엇 때문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그 와중에 뇌까지 염증이 퍼졌을 수 있어 MRI를 찍는다고 했다. 때문에 그다음 날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저녁에 아버지께 ..
2024.09.23 -
사랑니를 빼다
사랑니가 세상에 나온 건 몇 년 전 일이었다. 매년 치과에 스케일링을 받으러 갈 때면 "이 사랑니는 대학병원 가서 빼셔야 해요."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마다 나는 "이거 꼭 빼야 할까요?"라고 물었고 또 그때마다 선생님은 "당장 불편하지 않으시면 괜찮으세요."라고 답해주셨다. 그 대답 덕에 소문으로 무성한 '사랑니의 고통'을 피해 몇 년을 뽑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을 방치하니 사랑니는 점점 더 고개를 내밀었고 그 사이에 음식물이 끼는 경우도 잦아졌다. 사랑니가 많이 나왔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괜스레 사랑니 때문에 다른 치아들도 밀리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은 일주일전 강렬하게 들었다. 그날은 오전부터 기분 나쁜 편두통이 있었고 그 위치에서 선이라도 긋듯 왼쪽 사랑니부근까지 이어져 ..
2023.12.14 -
나의 동네, 나의 역사 : 06. 서운체육공원
이곳이 이렇게 변했을 줄이야. 서운체육공원은 산책로 한편에 있는 공원이다. 다른 공원들과 다르게 넓은 공터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운동기구, 농구대, 축구대, 인라인 스케이트장까지 갖추고 있어 동네사람들이 마음껏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게다가 동네 행사가 있을 때면 이곳에 있는 야외 공연장에서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가끔은 불꽃놀이가 진행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에게 화장실이나 매점 등의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변화를 알아챈 것은 사진을 촬영하러 가면서였다. 내 기억 속 공원은 위에 적은 넓은 터와 농구대와 축구대, 커다란 사이클 경기장, 그리고 테니스를 할 수 있는 건물 뿐이었다. 어릴 적부터 많은 변화가 있는 곳은 아니었다. 되려 오랜 시간 동안 ..
2023.08.23 -
나의 동네, 나의 역사 : 05. 굴포천 산책로
집에서 약 10분 정도 걸어 나가면 굴포천을 중심으로 한 산책로가 나온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운동을 하기도, 산책을 하기도 한다. 이 길은 꽤 자주 바뀌지만 큰 변화를 주는 곳은 아니다. 자주 바뀌는 것은 아마도 때가 되면 보도블록을 바꾸는 것과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변화를 주어도 굴포천의 물이 깨끗한 날은 손에 꼽는다는 점이다.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지선 때 굴포천 정비 사업을 공약에 반드시 껴넣는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곳의 문제가 그리 쉽게 해소될 것같지는 않다. 그래도 예전만큼 냄새를 풍기지는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이 산책로의 특별한 점은 동네의 경계선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굴포천을 기준으로 한 쪽편으로 아파트 단지, 문화의 거리, 구청 등이 있고 반대 편으로는 서운체육..
2023.08.16 -
나의 동네, 나의 역사 : 04. 광명아파트
광명아파트는 나한테 있어서 통로 역할을 하던 장소였다. 동네 큰 도로, 마트, cgv 등 놀기 위한 장소를 가기 위해서 이쪽 길을 통과해 지나가는 것이 가장 빨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한 친구들 중 이곳에 사는 친구가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놀러 올 일이 없었다. 초등학생 때는 광명아파트가 왜 아파트로 불리는지는 항상 의문이었다. 손으로 세어봐도 우리 집보다 한 층 더 많은 다섯층짜리 건물에, 엘리베이터도 없고, 사실상 우리 집 근처에 있던 빌라들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점이 있더라면 경비아저씨들과 경비실이 있다는 것, 주차장이 깔끔히 정리돼 있다는 것, 놀이터가 있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한창 아파트와 빌라의 명칭에 민감했던 나는 주변에 서있는 층 높은 아파트들과 다른 그 모습을 인정할 ..
2023.08.09 -
나의 동네, 나의 역사 : 02. 옥상, 가로등, 주차장
내가 사는 곳은 20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큰 변화가 없어서 달라진 점을 찾아보려면 자세히 뜯어봐야 한다. 빨, 초, 검의 옥상처마, 까슬까슬한 외벽, 살짝만 밀면 부러질 듯한 베란다 난간들, 나와있는 실외기들 까지. 내가 이사 온 2002년부터 지금까지 크게 변한 것 없이 대부분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척이나 미미한 그러데이션으로 가끔 '저기가 저렇게 돼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옥상 어릴 적 옥상은 이불 빨래 건조장, 금단의 장소. 두 가지 키워드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어머니께서 이불빨래를 하실 때면 꼭 옥상에 있는 빨랫줄에 널고는 하셨다. 그래서 이불빨래를 하시는 날에는 어머니를 쫓아 올라가 이불을 하나하나 품에 안은 채 옆에서 기다렸다. 여러 장의 이불을 하나하나 가져가기 편하..
2023.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