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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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네, 나의 역사 : 04. 광명아파트
광명아파트는 나한테 있어서 통로 역할을 하던 장소였다. 동네 큰 도로, 마트, cgv 등 놀기 위한 장소를 가기 위해서 이쪽 길을 통과해 지나가는 것이 가장 빨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한 친구들 중 이곳에 사는 친구가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놀러 올 일이 없었다. 초등학생 때는 광명아파트가 왜 아파트로 불리는지는 항상 의문이었다. 손으로 세어봐도 우리 집보다 한 층 더 많은 다섯층짜리 건물에, 엘리베이터도 없고, 사실상 우리 집 근처에 있던 빌라들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점이 있더라면 경비아저씨들과 경비실이 있다는 것, 주차장이 깔끔히 정리돼 있다는 것, 놀이터가 있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한창 아파트와 빌라의 명칭에 민감했던 나는 주변에 서있는 층 높은 아파트들과 다른 그 모습을 인정할 ..
2023.08.09 -
나의 동네, 나의 역사 : 02. 옥상, 가로등, 주차장
내가 사는 곳은 20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큰 변화가 없어서 달라진 점을 찾아보려면 자세히 뜯어봐야 한다. 빨, 초, 검의 옥상처마, 까슬까슬한 외벽, 살짝만 밀면 부러질 듯한 베란다 난간들, 나와있는 실외기들 까지. 내가 이사 온 2002년부터 지금까지 크게 변한 것 없이 대부분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척이나 미미한 그러데이션으로 가끔 '저기가 저렇게 돼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옥상 어릴 적 옥상은 이불 빨래 건조장, 금단의 장소. 두 가지 키워드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어머니께서 이불빨래를 하실 때면 꼭 옥상에 있는 빨랫줄에 널고는 하셨다. 그래서 이불빨래를 하시는 날에는 어머니를 쫓아 올라가 이불을 하나하나 품에 안은 채 옆에서 기다렸다. 여러 장의 이불을 하나하나 가져가기 편하..
2023.07.26 -
나의 동네, 나의 역사 : 00. 프롤로그
우리 동네는 구역이 나눠져 있었다. 저 쪽은 아파트 단지들, 이 쪽은 빌라촌. 그 덕에 초등학교 때 '아래 동네는 못 사는 애들'이라는 소리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랬던 빌라촌에 10층이 넘어가는 오피스텔이 올라가고 있다. 유현준 교수의 책 에서 아이들은 공간을 장소로 만든다고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동네의 곳곳을 누비며 탐험을 했던 적이 언제일까. 내가 우리 동네를 장소로 생각하고 만들었던 마지막은 언제일까. 까마득한 옛날의 기억을 뒤로하고 지금은 익숙하다는 느낌으로 20년 넘게 산 이 동네를 흘려보내 듯 지나치며 살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카페 '미드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동네에선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디자인의 카페. 원래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 비로소..
2023.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