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동네, 나의 역사 : 00. 프롤로그

2023. 7. 12. 19:00with_essay_rain/나의 동네, 나의 역사

 

카페 '미드테이블'에서 볼 수 있는 바깥 풍경


우리 동네는 구역이 나눠져 있었다. 저 쪽은 아파트 단지들, 이 쪽은 빌라촌. 그 덕에 초등학교 때 '아래 동네는 못 사는 애들'이라는 소리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랬던 빌라촌에 10층이 넘어가는 오피스텔이 올라가고 있다.

유현준 교수의 책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아이들은 공간을 장소로 만든다고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동네의 곳곳을 누비며 탐험을 했던 적이 언제일까. 내가 우리 동네를 장소로 생각하고 만들었던 마지막은 언제일까.

까마득한 옛날의 기억을 뒤로하고 지금은 익숙하다는 느낌으로 20년 넘게 산 이 동네를 흘려보내 듯 지나치며 살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카페 '미드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동네에선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디자인의 카페. 원래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 비로소 변한 동네의 모습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고 언제 이렇게 많이 변했지 생각했다.
내가 놀던 놀이터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주차할 곳이 없어 대각선으로 주차하던 빌라 앞에는 주차선이 그려졌다. 어떻게 위치를 다 기억하지 싶을 정도로 물건이 빽빽이 쌓여있던 철물점이 있던 건물은 허물어졌고 공사를 위한 바깥벽이 그 자리를 두르고 있었다.

특별한 순간을 남기기 위해 우리는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때로는 사진을 남겼기 때문에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나의 익숙함 옆으로 흘러가는, 추억과 변화가 그러데이션으로 공존하는 나의 동네.
그 익숙함을 사진에 남김으로 내 추억을, 추억이 될 지금을 특별한 순간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사진 한 장, 흔적 한 줄.
나의 동네, 나의 역사.

 

새로 그려진 주차선(좌) 철물점이 있던 자리가 공사 중이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