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_essay_rain/나의 동네, 나의 역사(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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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네, 나의 역사 : 06. 서운체육공원
이곳이 이렇게 변했을 줄이야. 서운체육공원은 산책로 한편에 있는 공원이다. 다른 공원들과 다르게 넓은 공터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운동기구, 농구대, 축구대, 인라인 스케이트장까지 갖추고 있어 동네사람들이 마음껏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게다가 동네 행사가 있을 때면 이곳에 있는 야외 공연장에서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가끔은 불꽃놀이가 진행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에게 화장실이나 매점 등의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변화를 알아챈 것은 사진을 촬영하러 가면서였다. 내 기억 속 공원은 위에 적은 넓은 터와 농구대와 축구대, 커다란 사이클 경기장, 그리고 테니스를 할 수 있는 건물 뿐이었다. 어릴 적부터 많은 변화가 있는 곳은 아니었다. 되려 오랜 시간 동안 ..
2023.08.23 -
나의 동네, 나의 역사 : 05. 굴포천 산책로
집에서 약 10분 정도 걸어 나가면 굴포천을 중심으로 한 산책로가 나온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운동을 하기도, 산책을 하기도 한다. 이 길은 꽤 자주 바뀌지만 큰 변화를 주는 곳은 아니다. 자주 바뀌는 것은 아마도 때가 되면 보도블록을 바꾸는 것과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변화를 주어도 굴포천의 물이 깨끗한 날은 손에 꼽는다는 점이다.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지선 때 굴포천 정비 사업을 공약에 반드시 껴넣는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곳의 문제가 그리 쉽게 해소될 것같지는 않다. 그래도 예전만큼 냄새를 풍기지는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이 산책로의 특별한 점은 동네의 경계선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굴포천을 기준으로 한 쪽편으로 아파트 단지, 문화의 거리, 구청 등이 있고 반대 편으로는 서운체육..
2023.08.16 -
나의 동네, 나의 역사 : 04. 광명아파트
광명아파트는 나한테 있어서 통로 역할을 하던 장소였다. 동네 큰 도로, 마트, cgv 등 놀기 위한 장소를 가기 위해서 이쪽 길을 통과해 지나가는 것이 가장 빨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한 친구들 중 이곳에 사는 친구가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놀러 올 일이 없었다. 초등학생 때는 광명아파트가 왜 아파트로 불리는지는 항상 의문이었다. 손으로 세어봐도 우리 집보다 한 층 더 많은 다섯층짜리 건물에, 엘리베이터도 없고, 사실상 우리 집 근처에 있던 빌라들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점이 있더라면 경비아저씨들과 경비실이 있다는 것, 주차장이 깔끔히 정리돼 있다는 것, 놀이터가 있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한창 아파트와 빌라의 명칭에 민감했던 나는 주변에 서있는 층 높은 아파트들과 다른 그 모습을 인정할 ..
2023.08.09 -
나의 동네, 나의 역사 : 02. 옥상, 가로등, 주차장
내가 사는 곳은 20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큰 변화가 없어서 달라진 점을 찾아보려면 자세히 뜯어봐야 한다. 빨, 초, 검의 옥상처마, 까슬까슬한 외벽, 살짝만 밀면 부러질 듯한 베란다 난간들, 나와있는 실외기들 까지. 내가 이사 온 2002년부터 지금까지 크게 변한 것 없이 대부분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척이나 미미한 그러데이션으로 가끔 '저기가 저렇게 돼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옥상 어릴 적 옥상은 이불 빨래 건조장, 금단의 장소. 두 가지 키워드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어머니께서 이불빨래를 하실 때면 꼭 옥상에 있는 빨랫줄에 널고는 하셨다. 그래서 이불빨래를 하시는 날에는 어머니를 쫓아 올라가 이불을 하나하나 품에 안은 채 옆에서 기다렸다. 여러 장의 이불을 하나하나 가져가기 편하..
2023.07.26 -
나의 동네, 나의 역사 : 01. 현대종합상가
현대종합상가 나는 유치원 때부터 살았던 빌라에서 20년째 살고 있지만 현대아파트 앞 상가의 혜택은 아파트 주민만큼이나 톡톡히 이용했다. 건물 안에는 빵집, 자전거 수리점, 편의점, 떡볶이집, 은행, 병원, 학원 등 필요한 것이 꾹꾹 눌러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아과 어릴 적 몸이 아프면 건물 안에 있는 소아과에 가곤 했다. 지금이랑 다르게 그땐 잔병치레를 꽤 했어서 자주 갔던 편이었다. 기억으로는 소아과가 무서운 기억은 아니었다. 기억 속 소아과는 불을 켜두지 않은 덕에 한 쪽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적당한 대비를 만든 아늑한 공간이었다. 선생님도 간호사분도 모두 친절하셨고 워낙 자주 갔기에 얼굴을 기억해 주시고 아프지 말라며 항상 인사를 해주셨던 기억이 있다. 그때 병원을 왜 그렇게 좋아했나 생각해 ..
2023.07.19 -
나의 동네, 나의 역사 : 00. 프롤로그
우리 동네는 구역이 나눠져 있었다. 저 쪽은 아파트 단지들, 이 쪽은 빌라촌. 그 덕에 초등학교 때 '아래 동네는 못 사는 애들'이라는 소리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랬던 빌라촌에 10층이 넘어가는 오피스텔이 올라가고 있다. 유현준 교수의 책 에서 아이들은 공간을 장소로 만든다고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동네의 곳곳을 누비며 탐험을 했던 적이 언제일까. 내가 우리 동네를 장소로 생각하고 만들었던 마지막은 언제일까. 까마득한 옛날의 기억을 뒤로하고 지금은 익숙하다는 느낌으로 20년 넘게 산 이 동네를 흘려보내 듯 지나치며 살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카페 '미드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동네에선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디자인의 카페. 원래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 비로소..
2023.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