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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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 일주일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 - 04. 포르토마린
2023.03.18. 스페인 시간 21시 순례 첫날. 아침 5시 반에 몸을 일으켰다. 엄청 깊게 잔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렇다고 설친 느낌도 아니었다. 나쁘지 않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대충 준비하고 6시쯤 나왔다. 밖에는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건 켜져 있는 가로등뿐이었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일단 길을 나섰다. 우비까지는 괜찮을 거 같았고 가방에 레인커버만 씌우고 출발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보인 건 돌아다니고 있는 쓰레기차 뿐이었다. 동네는 밤새 내린 비로 눈부시게 젖어있었다. 바닥에 있는 화살표를 따라 걸어가다 보니 성당 쪽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급할 게 없었기에 천천히 올라갔다. 들리는 것 빗소리와 옷이 스치는 소리 그리고 발자국 소리..
2023.05.31 -
부엔 까미노! : 일주일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 - 03. 사리아
2023.03.17. 스페인 시간 20시 50분 "내리라구요?" 여기는 오우렌세인데.. 사리아까지 기차가 알아서 데려다주는 줄 알았는데, 뭔가 착오가 있는 듯했다. 기차를 탔을 때는 한국에서 타던 ktx와 다르지 않아서 크게 감흥은 없었다. 감흥이라고 한다면 다 사람사는 곳, 생긴 것도 다 비슷비슷하구나 하는 정도랄까. 그저 외국인들이 좀 많이 타는 날이라는 생각이었다. 일찍 들어와 좌석에 앉아있으니 옆 좌석 승객이 기차가 출발하기 직전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간단하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토종 한국인으로서 너무나도 익숙하지 않은 문화였던 데다가, 한창 대화 자신감이 없을 때라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황급히 이어폰을 꺼내 꼈다. 이렇게 '한국인은 무뚝뚝해.'라는 편견을 누군가에게 심어주게..
2023.05.24 -
부엔 까미노! : 일주일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 - 02. 마드리드
2023년 3월 17일 스페인 시간 20시 50분 사리아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어젯밤에 예약한 1인실로, 출발 전 마지막 정비를 위한 공간으로 잡았다. 내일부터는 선착순으로 들어갈 수 있는 숙소에 묵을 예정이다. 스페인에 도착한 지 하루도 안 돼서 사리아에 와 있는 게 믿기지 않았다. 어제 파리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를 갈아타고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한 게 밤 9시경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역경이 좀 있었다. 마드리드 공항에서 내려서 터미널 표시가 돼 있는 간판을 따라 걸어갔다. 그런데 수하물 찾는 곳이 안 나오고 전철로 가는 무빙워크가 바로 나온 것이다. 알고 보니 한 층을 더 내려갔어야 했는데 2층에 나있는 게이트로 나와버린 것이었다. 나는 당황해서 여행자 안내데스크로 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직..
2023.05.05 -
부엔 까미노! : 일주일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 - 01. 비행기
2023년 3월 16일 한국시간 오후 7시 26분 오전 5시에 반에 나와 9시 반 경 비행기를 타고 지금까지 10시간 째 비행기를 타고있다. 자리가 불편하거나 몸이 베긴다는 느낌은 없다. 주변에서 걱정하며 햬기해줬던 '비행기 오래타면 불편하다.' 는 얘기에 티 안내게 걱정했던 마음이 우스워졌다. 다만 마스크 때문인지 일찍 일어나서인지 두통이 조금 있다. 약을 먹기는 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제대로된 첫 해외여행이지만 아직까지 감흥은 없다. 아직 비행기에만 갇혀 있거니와 주변엔 한국인들로 넘쳐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실 것을 먹으로 비행기의 끝 쪽으로 갔다. 그 곳에는 두 세명의 사람들이 핸드폰을 창문에 바짝대고 밖을 보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예쁘길래 그러나 싶어 조금 기다리다 나도 창문으로 향..
2023.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