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4. 19. 13:06ㆍ문화에서 마음 잡기/영화에서 잡기!

매치컷
장면전환에서 매치컷이 많이 사용된다. 우주 속 화면이 돌아있는 상태였다면 지구에서의 화면도 돌아있는 상태로 시작하는 식이다. 기억을 되찾아가는 그레이스의 시선을 좇는 듯, 지구에서의 일이 마치 그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러 매치컷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우주선에서 죽은 동료들을 수습해 우주로 사출하는 장면이다. 우주의 한복판, 하나씩 나가는 두 개의 존재. 그리고 이어지는 같은 크기, 같은 모양의 우주선. 장면이 나오자마자 '이 존재들의 차이가 뭘까?', ''생물학적으로' 죽어있는 것과 '존재적'으로 죽어있는 이 두 상태에 차이가 있을까?' 생각했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에 대해 '편도여행의 삶'이라고 얘기했다. 그 감상을 빌려온다면 그레이스는 생물학적으로 '아직' 죽지 않았을 뿐, 이미 죽어버린 자신의 동료들의 뒤를 따라 밟아가는 중이라고 암시하는 것같다.
한편으로 우주선의 모양이 십자가의 형상과 비슷한 것은 또다른 해석의 여지를 준다. 인류의 구원자, 영웅. 사출된 동료들처럼 그저 죽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암시. 기대 이상의 초월적인 일을 해낼 것 같은 느낌도 준다. 그래서 이 매치컷은 죽음이 다가온다는 절망감과 동시에 펼쳐진 날개로 약간의 기대를 피어오르게 하는, 상당히 다채로운 컷이 된다.
왜 살아갈까
첫 시퀀스는 그레이스가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시작된다. 그레이스는 정보를 모으고 본인의 행동을 보며 자신을 찾아가고, 왜 이곳에 있는지, 무엇이 목표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찾아간다. 하나씩 떠오르는 회상과 함께 기억이 완성된다.
그레이스가 하는 기억을 찾는 행위는 우리가 '존재'의 이유를 찾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삶이라는 우주를 유영하며 왜 살아가는지,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한다. 또 우리의 과거를 더듬어 지금의 내가 어떤 모양인지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레이스와 로키가 만나듯 삶을 비슷하게 고민하는 동료를 만난다. 또 에바의 'Sign of the times' 들었을 때 처럼 아주 약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이 순간은 작은 각도의 틀어짐이지만, 훗날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순간이다. 노래를 들었던 경험이 자신을 특별히 사랑하지 않던 인류를 살린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고민하고 동료를 만나고 순간을 기억해 내면서 각자의 우주를 치열하게 유영한다. 그 유영의 파동들이 부딪히며 각자의 우주들을 살게해준다.
결국 사랑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얘기를 하면 또 인터스텔라를 빼 놓을 수가 없다. 세계에 충격을 준 엄청난 영화. 당시에 나는 '가장 이과적이면서 문과적인 영화'라고 얘기하곤 했다. 수학과 과학, 논리에 따른 행동과 결론 도출. 이게 직관적으로 눈에 보이는 영화의 흐름이지만 그 흐름의 기저에는 사랑이 깔려있다. 가족의, 연인의, 인류의 사랑. 사실 파고들어보면 그 감정을 중심으로, 각 인물들은 대상을 지키기 위해 대체로 이성적으로, 때로는 감성적으로 움직이곤 한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그렇다. 그레이스와 로키 간의 사랑, 그레이스가 인류에게 던진 사랑이 있다. 특히 로키와의 만남에서 그 것이 더 두드러진다. 우주에서 '수학'은 만국공통어라며 언어를 알아가는 단초로 사용된다. 그렇게 서로의 언어를 어느정도 교환하고 난 후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좋음, 나쁨, 슬픔, 귀찮음 등의 감정과 사랑과 같은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인물들이 움직이는 동기도 그들 내면에 있는 어떤 감정(인류애 등)에 의했고 위험에 쳐했을 때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도 서로 주고받으며 쌓았던 사랑의 감정에 기반한 행동이었다.
이제는 인정할 때가 됐다.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큰, 가장 기초가 되는 동기는 사랑이며 그 사랑을 유지하고 보전하기 위해 우리는 수많은 표현을 만들고 쉬지 않고 계산하고, 표현하고, 연구하고, 희생하고 있다. 그 행동의 이유를 잃지 말 것.
Love Wins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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