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2024. 2. 10. 12:00생각에서 나오는 말들/with_story_rain

"옛날 동요에 보면 까치 설날 있잖아."

"갑자기?"

테이블도 의자도 너무 낮아 낑낑 거리며 겨우 컵을 집고 나서 대답했다.

둘 다 할 말이 없어 마주 앉아 핸드폰만 하던터라 이런 주제로까지 얘기하는구나 싶었다.

"응. 그거 왜 까치 설날이라고 부르는지 알아?"

"글쎄... 아마 까치가 뭐 행운이나 복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했던 거 아닐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럴듯한 말로 대답했다. 까치면 또 그럴만도 하니까. 뭐 제비 이런 애들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적어도 까마귀랑은 정반대의 느낌이니까.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원래는 작다는 의미의 아치에서 시작했대. 그러니까 까치설은 아치설이고 작은 설이라는 뜻인거지."

"아..."

관심이 없으니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도 모르겠어 적당히 대꾸했다.

다시 낑낑대며 테이블에 컵을 놓았다. 바닥에 놔버리고 싶었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할 수는 없지.

"... 그래서 까치 들어가는 단어들은 아치에서 온거래. 까치산, 까치고개...

... 내 마음도 까치 마음이고."

"어..."

이놈의 까치 테이블에 까치 의자같으니."어?"말을 이해했을 때에 이미 누군가의 마음은 까치만도 못해졌다.

 

2022.02.02. 1판2024.02.10. 2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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