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균형상실경고>, 2023

2023. 10. 1. 20:50생각에서 나오는 말들/with_story_rain

항상 사람 일이라는 게 그렇다. 뭔가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무슨 일이 있을 거라고 쉽사리 생각하지 못한다. 심지어 누군가가 친절히 안내까지 해줌에도 불구하고.

'몸균형상실경고'

의아스럽고도 조금은 실소가 나오는 말이다. 보통은 '미끄럼주의' 라던지 '추락주의' 같은 말을 쓰지 않나? 내 몸의 균형이 상실... 그러니까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조심하라는 말은 그리 직관적인 말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나도 무게중심을 제대로 못 잡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니 정확한 표현이긴 한 듯 싶다. 심지어 뒤에 붙은 '경고'는 비슷해 보이는 '주의'보다 한 단계 더 강력한 말이다. '몸균형상실주의'나 '몸균형상실경고'는 언뜻 그 의미가 통해 보이지만 경고 쪽이 좀 더 조심을 요하는 것이다.

아무튼 이 생경한 경고를 마주했을 때는 웃어넘겼다. 생전 처음보는 안내문구에, 우스꽝스러운 그림. 이곳에 노인 분들이 많이 다니나 싶었다. 그렇게 그 경고를 생각없이 지나쳤다. 그리고 몸이 기울었다. 생각해 보면 생경하든 아니든 나는 무수한 경고를 쉽게 넘겨왔다. 그 경고가 더 부드럽고 친절할수록 더 가볍게 넘겼다. 그리고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돼서야 그 경고가 다시 눈앞으로 떠올랐다.

다 떨어지고 나면 정말이지 고통스럽겠지.
그 고통은 다 나아질 때까지 이어지겠지.
그다음에는 더 조심히 행동할 수 있게 되겠지.
물론 그럴 기회가 있다면...

안내 좀 잘 볼 걸 그랬다.

몸균형상실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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