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마중

2023. 2. 12. 00:12with_essay_rain

인천공항 출국장 E 게이트가 사람들을 뱉어내고 있다.

 

출국 게이트에서는 비행기가 도착했다고 해서 상영이 끝난 영화관이나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처럼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지 않는다. 한 명 한 명씩 혹은 한 무리씩 나오는데, 그 덕에 출국 게이트의 자동문은 열렸다가 닫혔다가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니 출국 게이트가 사람들을 '퉤, 퉤.' 하면서 뱉어내는 듯했다.

 

벌써 네 번째 귀국이다. 싱가폴, 아르메니아, 아부다비 그리고 오늘 두바이. 그 중에 내가 공항에 마중 나가 있던 것은 아부다비 이후로 두 번째다. 지난 아부다비 마중 때 두 시간 정도 일찍 가있었는데 원래 도착 예정 시간보다 이삼십분 쯤 일찍 도착했다. 그 경험이 있기에 오늘도 원래 도착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있을 때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일찍 온 보람이 있었다.

 

비행기가 일찍 도착했다고 해서 또 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대기하다가 정해진 길을 줄서서 지나 수화물을 찾으면 비로소 나올 수 있다. 어쩌면 비행기 티켓에 적혀있는 도착 시간은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이 아니라 '당신이 기다리는 사람이 게이트에 나타나는' 시간을 적어놓은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같았다. 적혀있는 시간이 지났어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뚫어지게 게이트의 입과 뱉어내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사이 내 주변시와 귀는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나는 캐리어랑 오는 것만 봐도 알아볼 수 있어." 엄마와 함께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이 말했다. 나는 캐리어만 보고 맞출 수 있으려나.

"왔다! 엄마 왔다! 엄마 보러 가자!" 유모차에 탄 두 아이에게 아빠가 말했다. 애기들 너무 예쁘다.

"수고했습니다!" 해외 봉사를 다녀온 듯한 사람들이 한 쪽에 모여서 인사했다. 다들 초록색 조끼를 맞춰 입고 있으니 해외 봉사겠지?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누구를 담기 위함인지 말로만 듣던 대포 카메라를 든 사람이 테스트 촬영을 했다. 저정도 연사면 무슨 카메라를 쓰는거지? 렌즈 보면 캐논 거같긴한데. 소리 들어보면 미러리스고..

앞에 서 계신 선생님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종이인가? 예전에 택시 운전사 봤을 때 송강호가 딱 저렇게 종이 들고 있었는데 40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것도 있구나.

 

그렇게 지난 일주일보다 긴 30분을 보냈다. 출국장이 비로소 내가 기다리던 것을 뱉어내자마자 나도 그 사람도 둘러보고 집중할 것도 없이 서로를 발견했다.

 

그리고 내가 보고 듣느라 열려있던 것들이 무대의 핀 조명처럼 한 곳으로 모였다. 

 

나는 급하게 나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고싶었어."

 

20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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